파키스탄, 극단주의 방치가 낳은 ‘피의 2월’
파키스탄이 2월 내내 이어진 각종 무장집단의 테러 공격으로 10일 동안 총 136명이 사망하는 등 피로 얼룩졌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2월 중순부터 크고 작은 테러 공격이 빈발, 현재까지 민간인 114명과 군인 22명 등 총 136명이 사망했다. 특히 16일에는 남부 신드주 세완에 있는 이슬람 수피파 성지를 겨냥해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자폭 테러를 일으켜 90명이 숨지면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군부는 22일 ‘라둘 파사드(불협화음 제거)’ 작전을 선포하고 육ㆍ해ㆍ공군은 물론 경찰까지 동원해 국경지역 치안을 강화하고 무장조직의 무장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에서 테러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4년 2,314명에서 2016년 905명으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올해 2월 연쇄 테러가 이어지자 파키스탄 군부는 다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키스탄 당국과 지역 전문가를 인용해 최근 파키스탄 테러가 급증한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지목했다. 우선 시리아와 이라크 전선에서 밀리고 있는 IS 무장대원 일부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으로 복귀하면서 공세가 강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로 강력한 대테러작전을 펼쳤던 라힐 샤리프 육군참모총장이 물러나고 카마르 자베드 바지와 신임 육참총장이 취임하자 그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무장집단들이 공격태세를 취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사회가 급격히 극단화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2월 공격 중 최대 규모인 수피파 성지 테러는 힌두교도나 여성 등 소수자에 포용적인 분파에 대한 극단주의의 공격이라는 평가다. 영국의 역사학자 윌리엄 달림플은 일간 가디언 기고에서 “IS의 극단주의에 저항할 수 있는 ‘온건 무슬림’에 대한 공격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2010년 라호르 수피파 사원 공격과 지난해 유명 수피파 종교가수 암자드 사브리(45) 암살사건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극단주의 강화는 단순히 무장집단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수도 이슬라바마드에서는 지난 27일부터 1일까지 3일간 극단주의 암살자 뭄타즈 카드리를 추모하는 대대적인 행사가 열렸다. 카드리는 2011년 자신이 경호하던 자유주의 성향 정치인 살만 타시르 펀자브주지사를 암살한 혐의로 2016년 사형에 처해졌다. 지지자들은 이슬라바마드에 그를 추모하는 사원을 건설해 카드리의 ‘순교’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나와즈 샤리프 총리가 이끌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는 극단주의 확산에 이렇다 할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극단주의 무슬림 전문가 아리프 자말은 AFP통신에 “수도에 카드리를 추모하는 사원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타시르 암살이 훌륭한 일이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달림플 역시 사우디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의 마드라사(이슬람 신학교)가 극단주의 확산의 진원임에도 파키스탄 정부는 군비 확산에만 치중한다고 꼬집었다.